설비기술 기자 | 등록 2026.03.05 11:00
급격한 기후 변화와 에너지 비용의 지속적인 상승은
기계설비 엔지니어들에게 끊임없는 기술적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ASHRAE(미국공조냉동공학회) 현장에서는
차세대 저GWP(지구온난화지수) 냉매 적용 기술과
한층 고도화된 시스템 통합 솔루션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기술 트렌드를 바탕으로
실무자의 시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2026 설비 트렌드의 이정표
01. 이번 전시회를 관통하는 가장 강력한 하나의 키워드를 꼽는다면 무엇인가요?
B2C에서 B2B(Data Center)로의 패러다임 이동
과거 AHR 엑스포가 주거용/상업용 냉난방 기기 위주의 전시였다면,
올해는 데이터센터(Data Center)와
하이테크 산업 시설을 타깃으로 한 규모의 기술이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특히 캐리어 혹은 다이킨과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단순한 공조 기기 판매를 넘어, AI 데이터센터 수주를 위해
기계설비와 건축설비 기술을 어떻게 융합할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엿보였습니다.
가전이 아닌 핵심 인프라로서의 설비 기술 키워드가 강조된 해였습니다.
더불어, 이들 기업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하드웨어의 대형화가 아니라
에너지 솔루션 파트너로서의 정체성 전환이었습니다.
데이터센터는 24시간 중단 없는 운영이 요구되는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 시설인 만큼,
개별 장비의 효율을 넘어 전력 공급부터 냉각, 폐열 회수에 이르는
‘통합 에너지 관리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이제 글로벌 공조 기업들은 단순한 장비 납품업체를 넘어,
IT 기업들과 대등한 층위에서 열 관리(Thermal Management)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02. 과거와 비교했을 때, 올해 ASHRAE에서
유독 비중이 커졌거나 반대로 눈에 띄게 줄어든 분야가 있었나요?
[비중 확대] 액체 냉각(Liquid Cooling) 및 열관리 솔루션:
AI 서버의 발열량이 급증함에 따라, 공랭식(Air Cooling)의
한계를 넘어서는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혹은
DLC(Direct Liquid Cooling) 관련 액체식 냉각을 활용한
컴포넌트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비중축소] 액체식과 비교했을 때 비견되었던
액침 냉각(Immersion Cooling)부스 혹은 세션들이
AHR Expo에서는 다소 적게 느껴졌습니다.
개별 단품 위주의 단순 나열식 전시보다는,
통합 제어 솔루션이나 에너지 효율을 시각화(Digital Twin)하여 보여주는
부스가 늘어나면서, 하드웨어 단품 위주의 전시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떨어졌다고 판단됩니다.
[핵심] AI 소프트웨어 간의 기술 격차가 사라지고
상향 평준화되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다양한 AI 제어 소프트웨어들이 선보였는데,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라 느껴지기보다는
Claude Code나 GPT-Codex 같은 AI 코딩 툴이 보편화되면서
개발의 평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선도 기업이 가진 소프트웨어 기술 격차가
생각보다 훨씬 AI로 인하여 빠르게 좁혀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설비분야에도 AI교육 혹은 아젠다 제시 등에 대한 시급한 과제를 던져주었습니다.
03. 글로벌 제조사들 사이에서 우리 기술력의 위치나
현지 반응은 어떠했는지, 우리가 보완해야 할 점은 ?
첫째, B2C와 B2B의 온도 차입니다. 국내 기업(삼성, LG 등)의 부스는
화려한 디자인과 압도적인 B2C 제품 라인업으로 많은 인파를 모았습니다.
브랜드 파워는 여전합니다. 다만, 북미/유럽 기업들이 주도하는
데이터센터용 칠러(Chiller)나 CDU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용
B2B 시장에서는 아직 추격해야 할 부분이 보입니다.
하드웨어 성능뿐 아니라, 이를 최적 제어하는
소프트웨어(AI 솔루션)와의 결합 측면에서
더 과감한 R&D 투자가 필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둘째, AHR 전시회에서 특히 위기감을 느낀 것은
중국 업체들의 비약적인 기술 성장입니다.
과거의 가성비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이제는 품질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냉각 솔루션의 핵심인 배관이나 열교환기,
특히 제조 부문에서 확인한 용접(Welding) 마감의 디테일과
가공 정밀도는 이미 괄목할 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습니다.
이제는 하드웨어 제조 기술력에서조차
중국이 국내 기술 수준을 턱밑까지 추격했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이미 앞서 나가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단순 제조 역량을 넘어선 우리만의 차별화된
고부가가치 기술 전략을 실무 차원에서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에너지 패러다임의 전이 : 보일러를 넘어 히트펌프로 향하는 거대한 물결
01. 전시장 분위기를 보니 정말 가스 보일러 대신
히트펌프가 대세가 된 게 체감되셨나요?
트렌드는 맞지만, 현실은 모르겠다가 정확한 표현 같습니다.
물론 전문 히트펌프 업체들(CN, GZ AXEN, Omega Heatpump 등)이
전면에 나서며 기술을 과시했지만, 전시장 전체를 둘러보면
보일러 유관 업체가 440여 군데가 넘게 참가했습니다.
북미 시장의 특성상 기존 가스 인프라가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히트펌프가 보일러를 완전히 대체했다기보다
하이브리드 또는 점진적 전환기에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02. 우리나라처럼 추운 겨울에도 끄떡없는
한랭지형 히트펌프 기술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나요?
영하 20℃ 이하에서도 난방을 유지하는
EVI(Enhanced Vapor Injection) 기술이나
Cascade(이원 사이클) 시스템이 보편화되었습니다.
특히 인버터 압축기 제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한랭지에서의 제상(Defrost) 운전 효율을 높인 제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03. 환경 규제 때문에 냉매가 변하고 있는데,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인 냉매 종류는 무엇이었나요?
R-290(프로판)과 R-454B입니다.
PFAS(과불화화합물) 규제와 GWP(지구온난화지수) 저감 이슈로 인해,
소형 히트펌프에서는 자연냉매인 R-290을 적용한
모노블록 제품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상업용 시스템에서는 기존 R-410A를 대체하는
R-454B나 R-32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난제 : 발열을 혁신으로 바꾸는 냉각의 미학
01. AI 서버 발열 대책으로 전시장에서도
공랭식 대신 액침·수랭식 기술이 주류를 이뤘나요?
네, 해당 기술들은 이제 시장의 완연한
메인스트림(Mainstream)으로 자리 잡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액침 냉각이 실험적인 기술로 소개되었다면,
올해는 실제 상용화 가능한 형태의 CDU(냉매 분배 장치)와
RDHX(Rear Door Heat Exchanger, 후면 열교환기)가 전시장 곳곳을 채웠습니다.
특히 NVIDIA 등의 고성능 GPU 칩셋(H200 등) 발열을 감당하기 위해
기계 설비 업체들이 IT 기업과 협업하여
구체적인 솔루션을 내놓은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액침식보다는 수랭식 혹은 유관 배관 기술들에 대한
전시품목이 더 많은 것으로 느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히 고성능 CDU 장비 하나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칩셋은 물로 식히더라도, 결국 그 열을 건물 밖으로 배출하거나
재사용하는 과정에서는 FWU(Fan Wall Unit)나
VRF 같은 공랭식 기술과의 연계가 필수적입니다.
특히 물 사용량(Water Usage Effectiveness, WUE) 저감이 화두가 되면서,
냉각탑 대신 드라이 쿨러(Dry Cooler)의 활용도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전시장에서는 수랭식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위해
건축물 차원에서의 공기 흐름과 열 배출을 고민한
공랭식 연관 컴포넌트들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이는 기계설비가 단순히 장비 납품을 넘어,
건축 설비 전체 시스템과의 유기적인 통합(Integration)을
얼마나 잘해내느냐가 핵심 경쟁력이 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02. 전기료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 같은
가장 똑똑한 냉각 솔루션을 꼽으라면 어느 회사였나요?
특정한 회사를 꼽기는 어렵지만, 캐리어(Carrier) 혹은
다이킨(Daikin) 같은 인프라 전문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며
전력과 냉각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이 돋보였습니다.
냉각 효율(PUE)을 낮추기 위해 단순히 장비 효율만 높이는 게 아니라,
AI를 통해 실시간 부하에 따라 유량을 제어하는 기술들이 핵심이었습니다.
이 회사들의 인상적인 것은 제조의 명품화였습니다.
단순히 시스템 제어만 잘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시된 컴포넌트들의 구리 용접(Welding)이나
솔더링(Soldering) 마감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공차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교했습니다.
과거 투박했던 산업용 장비가 이제는 하나의 작품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이런 극한의 하드웨어 디테일이 유체 저항을 최소화하고,
결국 데이터센터 PUE를 0.001이라도 더 줄이려는
치열한 엔지니어링의 산물로 느껴졌습니다.
03. 서버를 식히고 나온 뜨거운 열을
난방에 재활용하는 기술도 비중 있게 다뤄졌나요?
사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기계적 컴포넌트(Chiller, CDU 등)의
성능 향상에 대한 내용에 집중하느라 폐열 회수(Waste Heat Recovery)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생각보다 적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런포스(Grundfos)의 경우, 인상적인 아젠다를 제시했습니다.
흡착식 히트펌프를 활용해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회수하고,
이를 쿨링타워 없이 지역 난방열로 공급하는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원으로 재사용하는,
지속 가능한 데이터센터의 미래 모델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총평 : 국내 설비업계가 나아가야 할 ‘전략적 방향’
01. 이번 전시 참관 중 국내 현장에 즉각 도입하고 싶을 만큼
혁신적이라 판단된 단 하나의 기술이나 제품을 꼽는다면 무엇입니까?
SMARDT 사의 고용량 · 저소음 정밀 CDU(Coolant Distribution Unit)입니다.
데이터센터의 용량이 커질수록 소음과 정밀 제어가 난제인데,
SMARDT 부스에서 그 해답을 보았습니다.
단일 유닛으로 1600kW의 대용량을 처리하면서도
소음 레벨을 65dB 미만으로 억제한 기술력이 놀라웠습니다.
또한, 0.5℃ 단위의 미세 온도 조절과 0.1bar 단위의 압력 제어가 가능해,
민감한 고성능 AI 반도체 수명 관리에 필수적인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음 규제가 엄격한 도심형 데이터센터가 많은
한국 현장에 즉시 도입하고 싶은 기술이었습니다.
매년 오는 전시회이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지점은
글로벌 기업들의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이었습니다.
통상적으로 엑스포가 미래 기술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험의 장’이라 한다면,
올해 현장은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기업들이 생존을 걸고 임하는
‘간절한 태세’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리였습니다.
검증된 기존 공랭식 시장의 안정성을 뒤로하고,
아직 기술적 표준이나 운영 데이터가 충분치 않은
액체 냉각과 AI 인프라 솔루션에 모든 R&D 역량을 쏟아붓는 모습은
다소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들에게는 다른 방법이 없어(There is no other way) 보였습니다.
전통적인 HVAC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AI로 촉발된 데이터센터 수요는 유일한 돌파구이자
생존을 위한 필수 선택지이기 때문입니다.
당장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라도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히 도태될 수 있다는 절박함이 이번 전시장을 가득 채운
혁신의 진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02. 글로벌 대기업 부스 중에서 가장 줄이 길었던 곳이나
가장 화제가 됐던 기술은 무엇이었나요?
과거에는 공조기(AHU) 앞이 붐볐다면, 올해는 단연
액체 냉각 솔루션(Liquid Cooling Solution) 부스에 인파가 몰렸습니다.
특히 칩셋에 직접 연결되는 Cold Plate와
이를 지원하는 CDU(냉매 분배 장치)의 배관 디테일을 확인하려는
엔지니어들의 줄이 길었습니다.
단순한 참관을 넘어 누수(Leakage) 방지를 위한
‘퀵 디스커넥트(Quick Disconnect, 퀵 커플러)’ 기술이나
복잡한 ‘매니폴드(Manifold, 분배관)’ 설계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현장 분위기에서,
액체 냉각이 더 이상 미래의 실험적 기술이 아닌
당장 현장에 적용해야 할 ‘당면한 현실’이 되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03. 이번 ASHRAE 엑스포의 방대한 기술 흐름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결정적 장면’을 꼽으신다면 무엇이며,
그 속에 담긴 산업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이제 설비는 단순한 ‘건물의 배관’을 넘어,
건축물의 생명을 유지하는 ‘기계 혈관’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과거 차가운 공기를 수송하던 거대한 덕트 대신,
좁은 공간을 정교하게 파고든 액체식 배관 시스템을 보며
기계설비의 패러다임이 완전히 변했음을 실감했습니다.
이는 기계설비가 건축의 보조적 수단을 넘어,
IT 산업의 핵심인 ‘생명 유지 장치(Life Support System)’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아울러, 해당 기업의 소유 구조가 호주 멜버른 기반이 아닌
‘그 국가’의 자본이라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기계설비의 영역은 이제 IT와 환경 기술을 아우르며
그 경계를 빠르게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리포트가 단순한 참관 기록을 넘어, 그 속에 담긴
발전된 설비 기술의 흐름을 함께 읽어내는 소중한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모쪼록 이번에 공유해 드리는 기술적 영감들이
우리 기계설비인들이 변화의 파도를 타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통찰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기대해 봅니다.
